커피를 내리며..
커피를 내리는 일처럼
사는 일도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둥글지 못해 모난 귀퉁이로
다른 이의 가슴을 찌르고도
아직 상처를 처매 주지 못했거나
우물 안의 잣대를 품어 하늘의 높이를
재려는 얄팍한 깊이로 서로에게
우를 범한일들
아주 사소함 까지도 질 좋은 여과지에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일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것 처럼
마음과 마음의 온도 로 성에를 만들고
닦아내지 않으면 등을 보여야 하는 슬픈 배경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 밖 경계선을
넘어 와서 눈물나게 하는 기억들
이 세상 어디선가 내게 등을 보이고
살아가는 배경들이 있다면 걸러내서
향기로 마주 하고 싶다.
커피 여과지 위에서 잊고 산 시간들이
따뜻하게 걸러지고 있다.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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