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웅덩이 위에 고이는 가벼움으로
누군가에게 물결져 갈 때
바람에 부딪혀
동그란 평온이 흔들리고
비스듬히 꽂힐지 모르겠지만,
문득, 그렇게 부딪히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창문을 두둘기는 간절함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를 때
바람에 흩날려
흐르던 노래가 지워지고
희미하게 얼룩질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가두거나 가볍게 굴릴 수 없는
투명한 세계,
나무의 나이테처럼 옹이지거나
수갑 채우지는 않겠다.
컵이나 주전자에
자유롭게 담기는 사유의 기쁨으로
빗방울 같은 내가,
빗방울 같은 너에게
다만, 그렇게 담겨지고 싶다.
ː 비 오는 날의 戀歌(연가) / 강영은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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