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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샵▒/♡친구님공간♡•

atural & Modern House

20년도 넘은 오래된 주택은 점잖고 우직한 외관을 지녔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디자인포디움은 잘 지은 주택의 외관은 손 대지 않고 시간의 켜가 쌓인 낡은 인테리어만 살기 좋게 그리고 보기 좋게 정돈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에디터 곽소영 | 포토그래퍼 신현국



1 ‘ㄴ’자 창이 인상적인 다이닝 공간에는 길이 3.3m에 달하는 e15의 테이블에 한스 베그너의 Y체어를 매치했다. 폴 헤닝슨의 PH50 펜던트와 아르네 야콥슨 디자인의 AJ 벽등, 모벨랩의 가로로 긴 사이드보드 등이 온전한 북유럽 스타일을 재현한 모습.
2 나무와 벽돌, 스케일 큰 가구로 편안하게 꾸민 거실. 모던한 디자인의 소파와 암체어, 테이블은 모두 플렉스폼 제품. 창가에 놓인 플로어 램프는 베르너 팬톤 디자인의 ‘판텔라’. 러그는 룩스툴 제품.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주택이 모여 있는 방배동 주택단지 앞으로 몇 년 전부터 높은 아파트 장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집에 살고 있던 집주인 역시 마당 앞으로 멀지 않은 곳에 산을 이루는 아파트단지 때문에 집에 대한 새로운 결단이 필요했다.

“인테리어를 의뢰한 클라이언트 부부는 어머니를 모시고 20년 이상 이 주택에 살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결혼한 아들 부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집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해졌죠. 아파트를 마주 보는 마당 역시 재정비가 필요했고요.”

지하가 있는 2층 주택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비교적 잘 지어진 편이었고 좁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해결하는 것 외에는 큰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먼저 가장 문제였던 주방은 화이트 컬러의 주방 가구를 설치하고 아일랜드를 두어 넓은 공간감을 만들었다.

또 주방 바로 옆에 자리한 다이닝 공간은 인상적인 ‘ㄴ’자 형태의 창을 배경 삼아 큰 스케일의 테이블과 Y체어, 디자인 피스 조명만으로 간결하게 공간을 채웠다. 거실 가구 역시 함축적인 디자인의 모던 가구를 선택했는데 군데군데 놓인 디자인 피스 조명이 눈에 띈다. 특히 내추럴한 파벽돌을 아트월로 선택해 공간에 무게감을 더한 것이 특징.



1 거실 쪽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의 측면 모습.
2 거실 쪽에서 비껴 본 부엌의 정면 모습.
3 1F 공사후 모습.
4 2F 공사후 모습.



1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실은 박공지붕 덕분에 멋진 천장을 가진다. 특히 이 계단실 복도에서 창문을 바라보면 실내 정원이 그림처럼 창틀 안으로 들어온다.
2 2층에 마련한 실내 정원. 멋스러운 화분을 오브제 삼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틀을 짠 작은 텃밭이 있다.
3 2층 아들 부부의 침실에서 계단실을 지나 나타나는 가족실이 보인다.



1 간결하고 따뜻하게 리노베이션한 2층 파우더 룸 모습.
2 환하게 해가 드는 두 딸의 방은 각각 단순한 디자인의 무지 가구로 검소하게 꾸몄다.



1 1층 부부침실의 욕실 앞으로 파우더룸이 자리한다. 벽 하나를 기준으로 욕실&파우더룸, 메인 침실이 분리된다.
2 소파에서 바라본 거실 정면. 파벽돌 아트월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다이닝룸을 향한 통로가, 오른쪽으로는 현관을 향한 문이 자리한다. 오른쪽 전면 창밖으로는 실내 온실 같은 휴식 공간이 있다.
3 20년 넘게 이곳에 자리한 주택은 맞은편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마당의 중요성이 더해졌다. 높낮이가 있는 계단식 마당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장독대, 텃밭이 어우러진 개성 있는 모습으로 단장했다. 조경 디자인은 디자인 알레가 맡았다.
4 다이닝 공간 앞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이 지하 공간은 집주인 부부의 서재로 오래 사용해온 가구들로 편안하게 꾸몄다. 계단식 마당의 가장 아랫부분이 수평으로 자리한다.

“1층은 메인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부부침실로 구성했어요. 현관 앞 계단을 통해 2층을 올라가면 방을 하나 없애고 욕실과 파우더룸을 개조해서 더한 아들 부부방과 가족실, 실내 정원, 두 딸의 방과 욕실&파우더룸이 있는 구조고요.”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이 집의 벽은 핸디코트와 패턴 없는 벽지로 도장하듯 깨끗이 마감했고 나무와 벽돌, 내추럴한 타일 등의 마감재를 적절히 믹스해 편안한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도 이 집이 특별해 보이는 건 모던 가구 컬렉션과 디자인 피스,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앤틱 가구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 헤드보드와 가구가 일체형인 부부 침실의 가구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앤틱 서랍장, 액자만 바꿔 끼운 오래된 그림 컬렉션은 클라이언트가 열정적으로 직접 고른 새 가구들과 만나 새로운 취향의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디자이너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주는 클라이언트와의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는 전면 개조 대신 가족의 삶과 흔적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편안한 인테리어를 선택했다. 트렌드에 치우치지 않는 자연스럽고 따뜻한 멋을 지닌 집, 시간과 취향을 존중한 디자인에는 감각에 앞서 삶이 먼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