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만나는 현대미술, 대구미술관 아시아 현대사진전 <왕칭송,정연두>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 정경이 그림으로 옮겨가는 요즘, 자꾸만 시선이 미술관에 걸려진 근대미술작품에 머무르게 되는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연의 정취가 이러한 마음의 미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구미술관은 지역 미술관으로서는 드물게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을 열어 높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고,
이를 발판으로 올해는 중국 현대미술가 <장샤오강> 회고전(6/14-9/10)을 열어 동아시아 미술관으로서 지역성을 넘어서는 국제성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 또한, 1960년대생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를 통해 문화 소개 차원의 한중교류전이 아닌, 동시대 미술로서 지역적인 시각성을 뚜렷이 드러낸 전시를 선보여 현대미술이 지닌 시대성을 선명히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중국작가 왕칭송은 올해 3월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전개된 한중교류전 <액체문명전>(3/20-5/11)에서,
중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선보이며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거침없이 내보였는데요. 이와 반대로 같은 시기에 정연두 작가는,
삼성미술관 플라토미술관에서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3/13-6/8) 개인전을 통해 사람들이 가진 꿈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사실감있게 그려내며 미술이 가진 다양한 표현력을 체감하게 하였습니다.
이번 대구미술관 현대사진 <왕칭송, 정연두> 전시회는 올해 초 서울이라는 같은 장소, 같은 시기에 전시회를 열었던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다른 역사 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작가의 시선을 지역에서 비교, 체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고 있는데요. 우선 대구미술관 소장품 특별전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의 메인으로 소개된 정연두 작가의 보라매 댄스홀의 퍼포먼스 현장을 생동감 있게 소개할까 합니다.
앤디 워홀, <캠벨 스프캔>
최정화, <색색아트라운지>/ 미스터, <strawberry voice>
전시실로 들어가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farting(방귀)라는 작품속에 들어가게 된다. 또 벽면엔 많은 사진들이 걸려있고 동명의 사진도 걸려있다
대형 사이즈의 용과 수 백 개의 풍선, 다양한 일상용품으로 구성된 설치작품과 그것을 배경으로 제작한 사진 작품인 것이다.
용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유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통역사를 통해 작품에 대해 묻자 왕칭송 작가가 이렇게 답해주었다.
"용은 중국인의정신을 의미 합니다.나머지 물품들이 유아성을 상징하는 건 아니고 현재 중국에 들어온 물질을 의미하여 둥둥 떠있는 과장된 표현을 한 건 상업적인 문물로 인해 기존의 정신과 가치관 들이 흔들리는 걸 표현 한겁니다"
14년전 대중 목욕탕 속 왕칭송은 어린아이인 반면 그로부터 불과 2년후인 2002년에 찍은
Preschool유치원 이라는 작품에선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작가이자 미술작가인 그는 자신의 작품속에서 모델 이상의 세월을 넘나드는 마치 배우같다는 느낌도 든다. 하긴 그의 작품은 영화처럼 연출해서 찍은 것이다. 사진의 특성 중 자연 그대로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실성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미리 계획하고 연출하여 찍는 표현성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Bath House(대중 목욕탕 2000년작)에선 왕칭송이 여러 명의 여성들속에 마치 여탕에 온 어린남자아이처럼 앉아있다.
서구문물들 중 하나인 콜라도 보이는데, 과거엔 어린남자아이만이 가능했던 여성들과의 혼욕이 이젠 돈으로 콜라를 사 마시듯 성인남성도 가능하다는것일까.
이 배후에는 중국이 당면한 현실, 즉 서구 문물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맹목적으로 숭배하며 이를 얻기위해 돈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치 않는 사회 현상과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성 산업이 있다. 모델 왕칭송은 작품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남자아이 표정을 하고 있지만 이 사진을 연출한 작가 왕칭송은 등장하는 여성들의 초점없는 눈빛이나 화려하지만 다소 조악한 세트를 통해 이러한 사회 현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번 대구 미술관 전시회에서 볼수있는 작품은 여러가지가 있다. 작가 자신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천수관음 시리즈 넘버(1999년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총 16점이 전시된다.
천수관음 시리즈 넘버1은 중국 전통 문화인 불교가 그 본질적 의미와 다르게 욕망이나 위선에 빠져버린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작가 자신이 부처가 되어 중국에 들어온 서양 각종 유명 브랜드들을 손에 든 채 가부좌로 앉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면 정연두 작품 중 가장 현실적 꿈에 가까운 작품은 상록 타워(Evergreen Tower 2001)인데
꿈의 실상엔 삶이 있다는 듯 원더랜드 시리즈가 걸린 벽의 반대편 안쪽에 있다.
네개의 벽들로 이루어진 방 안에 걸린 여러개의 가족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안에 있는 32세대 집 거실을 배경으로 한다.
비교적 화목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아파트의 특성상 획일화된 집의 구조와 가족이라는 존재는 꿈보다 현실에 가깝다.
상록타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이웃집 때문에 음악을 크게 트는 것도 힘들고 집 안에서 마음껏 춤출 수 없기에 보라매 댄스홀 같은 공간을 꿈꾸지 않을까.
당신을 따르라
왼쪽은 왕칭송 작가의 유치원 작품, 오른쪽은 정연두 작가의 보라매 댄스홀 작품으로 완성된 전시 포스터
이번 아시아 현대 사진전에서 왕칭송의 작품들은 사회 현상 문제들을 풍자하는 반면 정연두의 작품들은 로케이션 시리즈를 통해서도 개개인의 꿈과 환상들속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일 뿐 미술작품이 환상을 현실의 삶에서까지 이루어주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꿈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각박한 사회에서 꿈을 잊지 않도록 그림같은 사진을 보여주고
현실에 묶여있는 영혼이 예술안에서 춤출수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미술은 아름답지 않나.
내년 2월 1일까지 열리는 왕칭송·정연두 展에서 매일 오후 2시와 4시엔 전시 설명이 있ek
중국 사회 현실 풍자하는 왕칭송과
한국 개개인 꿈에 귀 기울이는 정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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