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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과여행▒/2015년앨범

경북 안강/금곡산 에서 만난 변산바람꽃【15년3월6일】

 

 

불어라,바람!바람꽃 피도록..

 

산에서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변산에서 변산바람꽃을 찍은 적이 없다.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기도 하려거니와 내주위에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또 다시 안강 쪽으로 달렸다
군락지가 있다는 말에,,

 

오늘 변산바람꽃 6시간 동안 엎드려 담았다
찍고 나니 몸살 기운이 있는지 그날 저녁밤 끙끙 앓았다고 하지..

 

 

 

 

 

봄 산은 해마다 된통 몸살을 앓는다. 지난 가을의 수북한 낙엽을 뚫고 여기저기서 앙증맞은 꽃들이 쑥쑥 솟아오른다.

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돌 틈을 비집고 새싹들이 고개를 디민다.

 

 

 

 

 

막무가내로 땅을 열어젖히는 풀꽃 등쌀에 산자락에선 신열이 욱신욱신하여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또 꽃과 잎을 시샘하는 꽃샘바람, 잎샘바람까지 쉴 새 없이 휘젓는다.

 

 

 

 

 

온 산이 신음을 꾹꾹 눌러 삼키며 봄을 낳는 산고를 치르고 있음을 새들도 아는 걸까. 일제히 숨을 죽이고 있는지 새소리가 기척도 비치지 않는다.

 그러니 꽃 마중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왁자지껄하지 않고 들릴락 말락 소곤거릴 수밖에 없는 게다.

 

 

 

 

 

네댓 사람이 비밀스런 귓속말을 나누듯 땅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사이로 간신히 머리를 들이민다.
굵은 나무뿌리를 등지고 꿩의바람꽃 한 송이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뭇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활짝 웃는 모습이 계절의 여왕처럼 화사하고 당당하다.
처음 그녀의 이름을 불러 준 이가 꽃잎 같은 새하얀 꽃받침을 보고 무지갯빛 꿩의 목덜미 깃털을 떠올린 것이 결코 별스럽지 않다.

 

 

 

 

 

하얀 꽃이 반사하는 빛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눈앞에 영롱한 색깔의 향연이 벌어지는 듯한 환상이 펼쳐진다.

 

 

 

 

 

 

 

그런 순백의 색깔도 색깔이지만, 가지를 쳐서 여러 개의 꽃송이를 달지 않고,

곧은 외대의 꽃줄기 끝에 딱 한 송이의 꽃을 피운 절제에서 풍기는 기품이 더없이 향기롭다.

 

 

 

 

보면 볼수록 앙증맞고 귀여운 녀석- "버들강아지...누가 지은 이름일까...?"

 

 

 

 

 

 

하룻강아지의 잔등에 난 털같기도 하고 속눈썹 위에 뽀송뽀송 솟구친 털 같기도 하다.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완연하다. 아니나 다를까 '하룻강아지 꽃샘추위 무서운줄 모르고' 버들강아지들....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눈을 부릅뜨고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던 꽃이 한번 눈에 띄고 난 뒤에는 발길 가는 곳마다 꽃망울이요,

 

 

 

 

 

 눈길 가는 곳마다 꽃송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며 양쪽 기슭의 돌 틈, 그리고 아름드리나무 둥치의 뿌리 사이에 정말 꿩처럼 둥지를 틀고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쌍둥이 꽃쯤 될 것이다.

 

 

 

 

 

 

 

 

 

 

 

 

 

 

 

 

 

 

 

 

 

 

 

 

 

 

 

 

 

 

 

 

 

예술이 될까 싶어 이리 찍고 저리도 찍어봤는데...

 

 

 

 

 

 

 

 

 

 

 

 

 

 

 

 

 

 

 

 

 

 

 

 

 

 

 

 

 

 

 

이끼 덮인 고목 등걸 아래에서 번쩍하고 스치는 한 점의 빛이 있다. 혹시? 마지막 미련을 붙들고 다가가서는 작은 꽃에 눈을 갖다댄다.

맞지? 맞잖아, 너도바람꽃! 다섯 장의 하얀 꽃받침 안에 샛노란 꿀샘이 예쁜 동심원을 그리고 있네.

 

 

 

 

그래, 여기 산이 높아 바람 매서운 곳에서 네가 홀로 봄을 피우고 있구나.

 봄볕 따스하게 들어 바람이 누그러진 아랫녘일랑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변산바람꽃에게 다 물려주고 지금 너는 팍팍하고 신산스러운 이곳에서 다시 생명의 숨결을 살리고 있구나.

 그러니 어찌 너를 한 번 안 보고서 봄을 맞았다 할 것인가. 손가락 한 마디만한 키, 손톱만한 꽃이 그 누구보다 작다 한들 어느 누가 너를 보잘것없다 하겠는가.

 

 

 

 

 

 

가장 추운 곳에서 맨 처음 봄을 여는 너와 눈맞춤 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손을 짚고 팔꿈치를 대고 가만히 배를 땅에 깐다. 마치 안방에 엎드린 듯이 몸뚱이와 사지가 편안해진다.

 

 

 

 

 

이제야 들린다,

 너도바람꽃 너의 웃음소리가. 그리고 보인다, 네가 여는 세상의 봄이.

 

 

 

 

 

 

 

 

 

 

 

 

 

 

 

 

 

 

 

 

 

 

 

 

 

 

 

 

 

 

 

 

 

 

 

 

 

 

 

 

 

 

 

해묵은 잔돌밭. 해묵은 낙엽들 이불 삼아 고개만 내밀고 떨고 있는 작은 꽃송이들.

강냉이 튀밥을 뿌려놓은 듯 하얀 꽃잎들을 멀리서 알아보았다.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는 두 손을 모았다.

 변산바람꽃.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이쁘다.

 

 

 

 

 

숱한 산을 오르내릴 때는 안중에도 없었던 작은 것들. 높고 길고 큰 산맥에 홀려 다닐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작은 존재들이,
내 몸 안에서 묵묵하게 뛰고 있는 심장만큼이나 귀한 존재로 부각되어 꽃으로 부활하여 나타난 것이다.

 

 

 

 

 

 

 

기쁘다.  마중나간 보람이 있었다.

 

 

 

 

 

또 다시 달려와서 내가 피운  꽃! 내가 산을 걸어 오른 게 아니라,

저 바람꽃이 천리 밖까지 바람을 보내어 나로 하여금 저 꽃을 피우게 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이 꽃은 너무 작아서 때릴 뺨도 없다. 이 꽃은 너무 애리애리해서 뜨겁게 안아줄 수도 없다.

이 꽃은 너무 밝은 빛도, 너무 드센 바람도, 너무 짙은 그늘도, 거절한다, 거절한다, 도리질한다. 도리질 할 때마다 산란하는 햇빛. 이 꽃은 바람이 잘 통하는 잡목림. 우묵하나 완만한 골짜기 안. 잎 피기 전의 잡목림 반그늘 잔돌밭. 큰 물 지나고 나면 다시 돌밭이 되는 곳.

 

 

 

 

 

사람이나 짐승들 드문드문 지나가는 오솔길 옆. 가까우면서도 쉽게 들키지 않을 그런 자리. 진달래꽃과는 반대편. 진달래꽃보다는 조금 더 먼저 피어난다.

진달래꽃보다 창백하나 갖출 것 다 갖춘 완전체. 진달래꽃보다 조금 더 자세를 낮추고, 조금 더 먼 곳에서 호흡해 줄 때, 가장 빛나는 모습을 드러낸다.

신토불이 토종의 넋. 가지마라, 가지마라, 붙잡던 내 고향 어른들을 닮았다

 

 

 

 

큰 숨 내려놓고 찬찬히, 이 꽃 다시 들여다보자. 큰 숨 내려놓고 다시 들여다보는 변산바람꽃. 줄기 하나에 젖먹이 애기들 턱받이 모양의 초록잎 한 장. 그 잎사귀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었던 것일까. 하얀 꽃잎 같은 꽃받침 다섯 장을 더 펼쳐 둘렀다. 깔대기 모양의 꽃잎은 연두빛이나 노랑빛이다.

 

 

 


토끼풀 꽃이나 자운영 꽃처럼 갸름하게 생긴 것이 이 꽃의 꽃이라 한다.

속옷 속에 겉옷, 겉옷 위에 외투, 외투 위에 도롱이 하나 덧씌운 우스운 모습이다. 얼핏 보면 빈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인데, 저 완전한 위장술에 절로 감탄한다

 

 

 

 

 

 

 

벌과 나비는 자유롭게 드나들게 열어두되, 벌레들은 쉽게 침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탄탄한 구조다. 가장 소중한 꽃술은 꽃의 가장 중심에 있다.

 그 부분이 가장 화려하게 빛난다. 자신의 종족을 후회 없이 퍼트리려는 소명에 철저한 모습이다. 한없이 여려 보이나, 지혜를 다한 구조다. 다른 꽃이 피기 전에 서둘러 열매를 맺는 부지런한 농사법도, 별 보고 들에 나가 별 보고 돌아오던 우리네 옛날 토종 농부들의 넋을 빼닮았다.

 

 

 

 

 

 

 

 

 

 

 

 

 

 

 

 

 

 

 

 

 

 

 

 

 

 

 

변산바람꽃

우리나라 희귀 특산 여러해살이풀로서, 식물로서, 전북 부안 변산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발견된 지역명을 붙여서 불려지게 되었다. 학명은 Eranthis byunsanensis B.Y.Sun이며, 미나리아재비(Ranunculaceae)로 분류되어 있다

 

 

 

 

 

 


개화 시기는 3월경이며, 4월이면 열매를 맺는다. 잎은 근생엽이며, 오각상 둥근 모양이고 길이와 폭은 각각 3~5cm이며 우상으로 갈라지고 선형이다. 줄기잎은 2장으로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열매는 대과(袋果)로서 길이 1cm이고 암술대는 2~3mm이다. 종자는 여러 개가 들어있으며 둥글고 갈색이다.

 

 

 

 

 

털이 없고 짧은 열매자루구비. 표면은 평활하고 1~5개다. 꽃대는 높이 10cm 가량이고 꽃자루는 1cm이며 가는 털이 있다. 꽃받침은 흰색이고 5장이며 달걀 모양이고 길이 10~15mm이며, 꽃잎도 5장이고 퇴화되어 2개로 갈라진 노란 꿀샘이 있다. 꽃밥은 연한 자색이다. 뿌리는 덩이줄기며 구형으로 직경 약 1.5cm다.

 

 

 

 

 

 

 

 

 

 

 

 

 

 

 

 

 

 

 

 

 

 

 

 

 

 

 

 

 

 

 

 

 

 

 

 

 

 

 

 

 

 

 

 

 

 

 

 

 

 

 

 

 

 

 

 

 

 

 

 

 

 

 

 

 

 

 

 

 

 

 

 

 

 

참 희한한 일이지...?
왜 녀석들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지...!

 

요즘은 그럴 일도 드물지만 한 때 물오른 버들강아지 가지를 꺽어 피리를 만들어 불던 때가 아득하다. 그 맘때쯤 세상은 온통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듯한 아름다운 세상

배고픈 겨울을 보내고 따사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